엊그제인 10월 27일, 멀리서만 지켜보던 고척 스카이돔을 직접 방문하였습니다. 항상 전철 안에서, 자동차 안에서만 보던 구장을 직접 방문해 뜻깊었습니다.


제가 방문한 당시에는 구장 내부에 경기 등 행사가 진행되지 않아 들어갈 수 없었기에 일대만 답사를 해보았습니다.




1. 구일역


먼저 고척 스카이돔에서 가장 가까운 철도교통시설인 구일역을 방문하였습니다. 저는 인천방면에서 출발하여 서울방면으로 가는 완행노선을 탔습니다.



10번칸 내리는 곳 즈음에 연결통로를 설치하는 모습입니다. 추후 인천방면에서 구일역에 내리고자 한다면 맨 뒤칸에, 서울방면에서 구일역에 내리고자 한다면 맨 앞칸에 승차하면 될 것 같습니다.



서울방면 10-3번 승차문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통로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추후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을 다시 보여드릴텐데 현재 육안으로는 계단만 보이지 에스컬레이터는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구일역사 내부에서 바라본 고척 스카이돔입니다. 지도상으로 직선거리 약 230m정도 되는 거리입니다. 이는 직선거리 약 800m가량 되는 오목교역과 목동야구장 간의 거리에 비하면 훨씬 가까운 입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2. 고척 스카이돔 일대


고척 스카이돔을 보기 전에 주변 환경을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야구장은 구장 스스로 독립된 건물로 보기 어렵습니다.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통해 하나의 장소를 창출하는 랜드마크로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구일역에서 고척 스카이돔으로 가는 길입니다. 제가 방문한 시점에서 한창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우측 펜스 설치와 좌측 담벼락 꾸미기가 바로 그 공사입니다. 본격적으로 관람객을 맞기 전에 꽃단장을 하는 모습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롯데마트 구로점입니다. 고척교 사거리를 끼고 입지해있습니다. 야구장을 들르기 전 구매할 상품이 있다면 충분히 방문할만한 거리에 있습니다. 글 작성시점인 10월 29일, 롯데마트 구로점 홈페이지에는 당일주차에 한해 무료주차라는 단서가 있긴합니다. 하지만 야구시즌이 시작되면 주차장관련 내규가 바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계속 무료주차를 지행한다면 히어로즈 구단, 서울시는 주차장 증축에 관해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7-007 동양미래대학.구로성심병원 중앙정류장입니다. 노선 수는 적지 않습니다. 빨간 광역버스는 없지만 부천권에서 출발하는 버스(인천에서 오는 88번도 있습니다)부터 안산에서 오는 버스, 서울시내 곳곳을 다니는 버스가 존재합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과연 시즌이 시작된 뒤, 고척교 앞 도로가 교통량을 견뎌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는 점입니다. 구일역을 개선하긴 합니다만 여전히 많은 시민이 승용차를 이용해 이곳을 올텐데 서울시는 충분히 대비가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동양미래대학 옆 상권입니다. 야구경기가 종료된 뒤, 많은 관람객이 몰릴 가능성이 큰 장소입니다. 이 부근의 상권에 관해서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060470

2014년 8월 기사에 이미 경기장으로 인한 기대감으로 권리금리 3~4천만원이 상승했다는데 지금 시점에서는 더 높은 가격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위 사진들은 안양천변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여느 수변공간과 마찬가지로 고척 스카이돔 일대 안양천변도 둔치공원화 되어있습니다. 비가 살짝 온 뒤에 방문해서인지 겨울이 오기 전 마지막으로 파릇한 자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오후 시간대(16시 이후)에 답사를 진행하였기에 역광으로 사진촬영에 제약이 많았습니다. 만약 안양천변에서 고척 스카이돔 일대를 촬영하고자 하신다면 오전 시간대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안양천변에서 바라본 구일역입니다. 





광명시계에서 바라본 구일역입니다. 한창 새로운 출구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윗사진 우측 하단에 보이는 공터는 주차장 부지입니다.





이 사진들이 안양천 주차장 부지입니다. 처음 사진을 찍었을 때는 위의 표석때문에 광명시계 내 주차장인줄 알았습니다만 경계도를 확인해보니 구로구내 주차장임을 확인했습니다. 다른 수변공간에는 주차장을 만들기 어려워일단 가능한 부지 모두를 주차장으로 만드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빗물펌프장입니다. 과거 목동야구장도 근처에 빗물펌프장이 있었죠. 서울시내에 이와 같은 대규모 체육시설이 사용할만한 공간은 이런 자투리공간이 한계인듯 합니다. 제가 사진을 찍은 장소는 약간의 평지가 있습니다만 주차장으로 이용하기에는 협소하고 많은 자전거 라이더들과의 충돌이 예상되는 바 현실성이 없어보입니다.




고척교입니다. 안내표지판에 따르면 13년 4월부터 15년말까지 고척교 확장공사를 진행중에 있습니다. 과연 고척교가 고질적인 교통문제를 겪고 있는 46번 국도/서부간선도로 교차 부근을 구원할 수 있을지 기대해보겠습니다.




고척교와 안양천로(광명지하차도) 교차지점입니다. 사진을 촬영한 평일 오후 4시 무렵에도 적지 않은 차량 통행을 보여줍니다. 평일 퇴근시간(야구경기 시작은 평일 18:30분입니다.), 주말에는 더 많은 교통량이 모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3. 고척 스카이돔 한 바퀴



안양천로를 건너 고척 스카이돔으로 가는 길입니다. 아직 신호등이 켜지지 않아 상당히 위험한 상황입니다. 곧 여러 행사 및 경기를 거치다보면 완비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신호등이 설치만 된 상황입니다.




고척 스카이돔 지하추자창 입구입니다. 무슨이유에선지 지하1층은 Full표시가 되어있습니다. 지하2층의 수용력은 총 670대입니다. 목동야구장의 수용대수는 약 600대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목동야구장의 경우, 주변 유수지에 있는 목동 공영주차장(1378면)을 이용했던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구로구 공영주차지는... https://sisul.parkguro.or.kr/userPub/index.aspx

위 링크를 참고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야구장 관련해서는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고척 스카이돔 광장입니다. 큰 조형물은 두 개가 있습니다. 하지만 좁은 부지탓에 더 숨막히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과거 방문했던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의 주변 조경에 비하면 빈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선수버스 출입구입니다. 총 2대의 버스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현재 서울 히어로즈는 3대의 구단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원정팀의 경우 1대의 버스를 놓을 자리밖에 없던데 어디에 주차를 할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다른 방면의 주차장 출입구입니다. 



https://namu.wiki/w/%EA%B3%A0%EC%B2%99%20%EC%8A%A4%EC%B9%B4%EC%9D%B4%EB%8F%94/%EB%AC%B8%EC%A0%9C%EC%A0%90#s-2.4.2


위 사진의 출처는 나무위키입니다. 상세링크는 사진 하단에 있습니다. 최초 계획대로라면 제가 찍은 출입구는 원래 계획된 유일한 출입구가 맞는 것 같습니다.(주차장 면수를 촬영한 사진은 다른 출입구입니다.)



서울 고원초등학교와 말 그대로 좁은 길 하나 사이에 두고 붙어있습니다. 문제는 이 부분이 내야 측과 붙어있으며, 이에 좁고 긴 형태의 좌석배치를 가진 고척 스카이돔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위 좁은 길은 응급차량 통행로로서 불법주차 차량이 생긴다면 선수 및 관중 안전에 큰 차질을 불러올 것이 자명합니다.




외야부근입니다. 여전히 초등학교가 보입니다. 이미 이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계단을 올라왔기에 바로 높은 외야석과 이어져 있습니다.




외야 매점입니다.




외야와 보행광장을 연결하는 통로입니다. 




마침 제가 방문한 시간에 그라운드 내에 설치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아마 하단의 행사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5 구로 아시아 문화축제입니다. http://www.acfg.kr/

자세한 사항은 위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위 사진은 구로아시아문화축제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진입니다. 배치도를 보시면 느끼시겠지만 고척 스카이돔의 좌석배치가 이상한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내야석에 앉으면 홈플레이트가 아닌 어정쩡한 방면을 바라봐야하는 문제가 제기된 바 있는데, 아마 이와 같이 공연장으로서의 기능도 살리고자 했기에 그러한 배치를 진행한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야구장 본연의 기능에 우선해서말입니다.



외부의 티켓박스입니다. 상당히 좁은 구장부지이기에 이런 자투리 공간에 티켓박스를 군데군데 설치하는 방법을 이용하는듯합니다.




보행광장입니다. 그나마 고척 스카이돔에서 여유로운 공간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신기했던 장면입니다. 비행기가 정말 5분마다 한 대씩 지나가는 장면입니다. 항공로의 바로 아래에 구장이 있는 상황입니다.







고척 스카이돔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어떤 편견을 더 가지기 전에 구장 일대를 한 번 방문하고 싶었고 구장을 한 바퀴 돌아보았습니다. 다음은 답사 후 느낀점입니다.


1) 정말 부지가 좁습니다. 

최근 지어지는 지방구장들은 외야석을 짓지 않으면서 추후의 확장성을 염두해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척 스카이돔의 경우 그러한 기대를 할 수 없습니다. 서편의 고원초등학교, 동편의 안양천로는 제한된 부지가 더 좁게 느껴지게하고 있습니다. 현실은 심시티가 아니기에 이들을 밀어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고원초등학교 바로 건너에 고산초등학교도 입지한 상태입니다. 초등교육시설이 부족할정도로 인구가 모인 지역이라 볼 수 있기에 초등학교 이전과 같은 말은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추후 구장 내부를 들어가봐야 정확한 파악이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너무도 좁습니다. 


2) 주차가 큰 걱정입니다.

저는 자차가 없습니다. 만약 고척 스카이돔을 가게 된다면 1호선을 이용할 것입니다. 그런데 다수의 관중, 특히나 가족단위의 관중은 자동차를 이용할텐데 서울시는 너무 대책이 없는 것 같습니다. 주변의 주거지 수요, 동양미래대학과 구로성심병원 수요 등을 포함한다면 현재 주차장 수요는 절대 부족해보입니다. 서울시는 고척 스카이돔을 이용할 사람이 '부족한 주차시설을 알고 가는 관중'이라는 점보다 '가족 단위로 움직이기에 반드시 자가용이 필요한 가족단위의 시민'이라는 점을 염두하지 못했다 느껴집니다.


3) 대중교통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까요?

구일역은 출구를 새로 만들고 있으며, 버스는 중앙차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로서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인프라를 준비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미지수인 것은 틀림 없습니다. 이 부분은 시즌이 시작된 이후에나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 소음문제에 대한 걱정이 들었습니다.

엑소콘서트를 진행하며 해당부분에 대한 검증을 마쳤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과연 72일 내내 이어지는 소음 모두를 막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이전 홈구장인 목동 야구장에서는 소음으로 인해 지역사회와 갈등을 겪은 히어로즈로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 생각합니다.


무조건적인 악담을 하고싶지는 않습니다. 어찌되었든 인프라가 부족한 한국 야구계가 가지는 첫 돔구장이니만큼 성공적인 구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하기에 너무 부족한면이 보이는 구장이기도 합니다. 서울시는 고척 스카이돔 완공으로 손을 떼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피드백을 줄 수 있어야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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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나를 떠나보낼 때, 우리는 그것을 기억하려 애씁니다. 사랑하던 사람이 죽었을 때 장례식으로 애도하는 것 부터, 일상 속에서 무심코 스쳐지나갔던 길이 사라질 때도 우리는 그를 추억하려 애씁니다.





지난 2014년 2월 8일 토요일, 저는 아현동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바로 아현고가 철거행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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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인천에서 서울을 매일 다니는 길로 아현고가를 이용했습니다. 아현고가에 접어들면 '아 이제 서울역에 다 왔구나', 혹은 '이제 잠시 눈이나 붙여둬야겠네'같은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6년 정도를 이용하던 도로가 이제는 없어진다고 했습니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자동차는 같은 경로를 달릴 것이고 고가도로가 사라진다해서 제 삶의 큰 부분이 바뀌지도 않을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 아쉬운 마음이 남아 철거 전 도로를 보내는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제가 찍은 사진에도 나오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와 고가를 보내는데 함께했습니다. 특별히 무엇을 나눠주는 것도 없었고, 왁자지껄한 유명 가수의 공연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모두 고가에 모여 고가를 추억하였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한 장소도 애착을 붙이는 하나의 대상으로 인식합니다. 단순한 이동 경로의 하나인 고가도로를 보내는 행사에도 수많은 시민이 모인 것 처럼 우리는 장소에 '장소애'라는 애착을 갖곤 합니다. (추후 지리학자 이푸투안의 '토포필리아'라는 책도 정리해 올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10월 14일 수요일. 저는 목동에 있었습니다. 저는 넥센 히어로즈의 팬입니다. 시간이 나면 친구들과 야구장에 갔고 하다못해 혼자서도 야구장에 가서 야구를 봤습니다. 특히나 이번 2015시즌에는 시즌권을 가지고 야구를 봤었죠. 비록 전경기를 보지는 못했지만 '나만의 자리'에서 야구를 볼 때는 행복했습니다.(물론 이겼을 때 정말 행복했었던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 포스트시즌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와중에 목동경기를 시간이 됨에도 불구하고 가지 않는 것은 뭔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능한한 목동을 가고자 노력했고 결국 목동 마지막 경기를 보고 말았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상대팀의 세레모니를 다 본 뒤에도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 자리'에 가서 한 번 앉아봤습니다. 304블럭 2열 13번. 오른쪽엔 복도가 있어서 우측에 간단한 짐을 놓기에 좋은 자리, 너무 가운데 치우치지도, 너무 응원석쪽으로 치우치지도 않은 시야가 좋은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다시는 이 자리에 올 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한켠이 아려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목동야구장. 반대편의 주민들께는 죄송하지만 바로 옆의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구장, 외야석이 없는 구장으로 쿠키커터식의 구장이 산재한 우리나라 야구환경에서 보기힘든 구장이 바로 이 목동야구장이었습니다. 비록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에서 거리가 꽤 되지만 걸어가며 오늘의 라인업이나 뉴스기사를 보며 걸어가던 구장이 바로 이 목동야구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젠 더이상 목동야구장에 갈 수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갈 수야 있을 겁니다. 아마추어야구는 계속 진행될테니까요. 하지만 한국시리즈까지 열렸던 '프로'구장으로서 목동야구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쉽습니다. 떠나가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내년부터는 새로운 구장을 홈구장으로 써야하고 오히려 저는 집에서 구장이 더 가까워지는 것 같기도 하니까 큰 불만을 품을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쉬운건 여전합니다. 제가 제대로 야구를 다시 보기 시작한 뒤, 처음으로 홈구장이라 불렀던 야구장이고, 수년 간의 기록이 있던 구장이며 저와 다른 히어로즈 팬 모두에게 특별하게 기억되는 장소일테니까요. 


삼성라이온즈의 경우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삼성라이온즈의 경우 구단에서 신구장건설을 주도적으로 펼쳐왔으니 맺고 끊는데 있어 확실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서울시와의 줄다리기 끝에 얻은 신구장을 가진 히어로즈의 입장에선 공식적인 행사를 진행할 수 없었던 점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단 하루만이라도 목동을 추억할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사진이라도 한 번 찍고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웃으며 목동구장을 보낼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개방행사를 진행하는데 있어 비용이 든다면 유료개방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기억하길 원하는 팬은 목동을 찾을 것입니다. 그리고 웃으며 목동을 떠나보내며 신구장을 바라보겠죠. 지금으로서는 아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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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0일 페이스북에 업로드했던 글입니다.

오해를 막기 위해 먼저 정리하겠습니다.

분명 현대와 히어로즈는 공식적으로 연결된 팀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팬의 한 사람으로 마음가는 대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게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 매일 하는 컴투스 프로야구 매니저에서 00년부터 05년까지 선수 로스터가 업데이트 되었다. 지금까지는 06년부터 13년까지의 선수만으로 게임을 할 수 있었으나 두 배 이상 로스터가 확장된 것이다.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꽤나 반가운 이름의 선수와 팀을 다시 볼 수 있었다. 바로 현대 유니콘스이다.


처음 야구장을 갔던 나이는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렴풋이 기억하기론 90년대 말의 어린이 날이었던 것 같다. 우리 가족과 아버지 가게에서 일하던 경리 누나와 함께, 만원 사례를 이룬 도원구장의 3루 외야석 부근에 앉았던 기억이 난다. 내가 본 첫 야구경기는 현대와 삼성의 경기였다. 당시 야구를 잘 몰랐던 나에게 이승엽이 있던 삼성은 가장 강한 팀이었다. 그런데 현대라는 팀은 삼성을 맞서서도 곧잘 잘했다. 당장 내가 직접 관람했던 경기뿐만 아니라 간혹 텔레비전을 돌려가며 보는 경기에서도 현대는 지지 않는 팀이었다.


조금 더 나이가 들고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 사촌과 주변의 넉넉한 집의 친구들은 모두 현대의 어린이 회원이었다. 집에서 크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친구 집에 놀러가서 녹색과 검은색이 들어간 유광잠바나 선수들의 사인볼을 한 번 씩 만져보며 현대라는 팀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당시 문방구에서 팔던 프로야구 선수 스티커 첩을 모을 때도 먼저 현대 선수들을 모으고 난 다음에야 다른 선수들을 모았었다. 강한 팀, 잘 나가는 팀으로서의 현대는 어렸을 때 나의 아이콘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 뒤 경제적 어려움이 닥쳐왔다. 비단 우리 집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모두에게도 마찬가지였던 때가 있었다. 현대에게도 시련의 시간이었다. 뉴스에서 전하는 현대와 관련된 소식은 경기 승리 소식이 아닌 아들 간의 싸움 소식이 더 잦게 들리는 때였다. 나에게 그런 것은 어쩌면 하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내게 곧 그보다 더 심각한 뉴스가 들려왔다. 현대가 인천을 떠난다는 뉴스였다. 나는 구단을 욕하거나 나무라는 말 대신 “왜?”라는 질문만 할 뿐이었다. 기업의 경영 문제와, 서울 입성 문제에 대한 이해를 하기에 나는 너무 어렸었다. 결국 인천을 떠나 서울로 가겠다는 그들은 수원으로 떠났으며, 나는 다시 야구장에서 현대를 보지 못했다. 


그들이 떠났다고 했음에도 마음속에서 현대를 무작정 지워버리지는 못했다. 기업의 사정, 어른의 사정이라는 것을 수긍하고 난 다음, 여전히 현대의 승리를 기원하고 듣길 원했다. 수원은 가지 못했지만 꾸준히 먼저 야구 소식이 들리면 현대의 소식을 들었다. 고등학생이 된 첫 해인 2004년, 야자를 하는 와중에도 이어폰은 현대의 한국시리즈를 중계하는 방송으로 가득했다. 유달리 길었던 한국시리즈는 11월에 와서야 결국 현대의 승리로 마무리 지어졌다. 아직 현대라는 강함의 아이콘은 내게 유효했다.


하지만 난 이런 현대를 떠나고야 말았다. 그들이 비록 내 도시를 떠났음에도 꾸준히 짝사랑하듯 동경해온 현대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현대가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팀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보기에는 힘들었다. 법적으로는 현대라는 팀은 소멸되었으나 그 맥만큼은 히어로즈가 이어나가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팀은 내가 알던 팀이 아니었다.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라는 회사가 현대를 맡은 뒤의 행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팀이 어려운 것은 십분 이해한다 생각했지만, 막상 현대의 주축이었던 선수들을 하나하나 내보내는 장사꾼의 모습은 도저히 지켜볼 수 없었다. 하나씩 선수들이 구단 운영을 위한다는 목적아래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이러다 언젠가는 구단까지 공중분해가 될 것처럼만 느껴졌다. 폭풍 속에 선수단마저 활력을 잃었고 팀은 곤두박질치며 끝없이 내려가기만 했다. 도저히 이런 팀에는 애정을 줄 수 없었다. 나는 히어로즈를 떠났다.


다시 야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반전의 계기는 2011년 말 즈음이었다. 전처럼 야구 뉴스를 보지 않던 중 지나가듯 히어로즈의 소식을 들었다. LG로 서울 입성금을 대납하듯 팔려갔던 이택근이 돌아온다는 소식이었다. 뉴스는 신선했다. 히어로즈는 50억이라는 금액을 통 크게 쓰며 ‘택근이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는 말을 더했다. 그 뒤로 현대가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김병현을 데려오는 등 구단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인상을 전해줬다. 성적 또한 나쁘지 않았다. 아니, 성적보다도 사뭇 달라진 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비록 가을야구에는 실패했지만 히어로즈는 전과 달라졌다. 다시 현대의 느낌이 나는 팀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히어로즈는 변하였다. 무기력함의 상징 같았던 히어로즈의 버건디 컬러는 모든 구단이 만나고 싶지 않는 상징으로 탈바꿈했다. 마치 과거의 검정과 녹색의 콜라보레이션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색이 된 것이다. 구단이 바뀐 만큼 나도 더욱 야구를 깊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엄격한 세이버매트리션이라 부르기엔 부끄럽지만 몇 가지 계산을 하면서까지 야구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깊게 보기 시작한 야구는 전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다. 계산을 떠나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것을 모를 정도였다. 결과는 환상적이었다. 비록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히어로즈는 창단 첫 가을야구를 했으며, 그 광경을 직접 목격했다. 2013년은 히어로즈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해일 것이다. 


현대라는 팀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까지나 처음 야구를 알게 해 준 현대를 잊지는 못할 것 같다. 수많은 시련에도 결국에는 다시 돌아왔으니. 지금 그들의 빈자리는 서울 목동의 히어로즈가 메우고 있다. 목동과 서울 모두 내가 사는 연고지는 아님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의 팀으로 엮인 것임에 분명하기에 히어로즈를 응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시의 구절처럼, 나는 아직도 천고의 뒤에 백마를 타고 비상하는 초인을 동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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